다시 기도의 자리로
다시 기도의 자리로
살다 보면 피하고 싶은 자리를 만납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병원, 풀리지 않는 관계, 앞날이 막막한 일터와 마음을 나눌 이 없는 외로운 시간입니다. 우리는 그런 자리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때로 하나님은 그 자리를 단번에 없애기보다, 그 자리에서 우리를 만나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앞두고 기도하신 겟세마네가 그러했습니다. 주님은 두려움과 슬픔을 감추지 않으셨습니다.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라고 아버지께 솔직히 아뢰셨습니다. 그러면서도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고 기도하셨습니다. 믿음은 아픔이 없는 척하는 일이 아닙니다. 마음의 무게를 하나님께 가져가고, 그분의 손에 자신을 맡기는 일입니다.
예수님은 한 번 기도하고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다시 나아가 같은 말씀으로 기도하셨습니다. 우리도 기도한 뒤 다시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같은 제목을 거듭 하나님께 아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기도가 부족하거나 믿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흔들릴 때마다 다시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 그것이 기도의 삶입니다.
기도의 응답이 언제나 상황의 변화로 오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의 잔은 옮겨지지 않았지만, 주님은 아버지의 뜻을 붙들고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때로 하나님은 문제를 해결하시고, 때로는 문제 가운데 우리를 붙드시며 다음 걸음을 내딛게 하십니다. 바울에게도 고통을 없애 주시는 대신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겟세마네가 어디든 그곳은 하나님께서 멀리 계신 자리가 아닙니다. 오늘의 염려와 두려움을 숨기지 말고 아뢰십시오. 그리고 다시 기도하십시오. 상황이 아직 달라지지 않았더라도, 하나님을 신뢰하며 한 걸음을 내디딜 힘을 얻었다면 그 기도는 헛되지 않습니다. 고통이 마지막 말이 아님을 십자가와 부활이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다시 하나님을 만나는 기도의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